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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운전사 - 영화감상 후기

택시운전사의 눈을 빌린 언론과 기자에 관한 영화

2017-08-05

영화감상후기

<‘택시운전사’>

강기석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 신문유통원 초대 원장)

2017년 8월05일

[유정신보=LA]

83년 9월부터 1년 간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연수를 했다. 당시 나는 스포츠기자였기 때문에 88년 서울올림픽을 대비한 취재 기법 및 영어공부를 위한 연수였다. 가족과 함께 살면서 토론토 교민들의 보살핌을 많이 받았다.

어느 날 현지 교민신문을 발행하는 한 교민으로부터 저녁 초대를 받았다. 식사 후 차담을 나누다가 집주인은 남자 손님들만 안방으로 따로 모셨다. 예닐곱 명 됐던 기억이다.

집주인은 80년 광주사태(그 때는 그렇게 불렀다) 관련 영상이라며 비디오를 틀어 주었다.

영상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시위 시민들을 개 패듯 하는 광경, 리어커에 시체를 싣고 다니는 광경, 상무대인가 어디 강당에 즐비한 관들 앞에서 울부짖는 가족들, 도청 청사에서 시체를 질질 끌고 가는 광경, 겁에 질린 시민들을 뒷짐 지우고 굴비 엮듯 묶는 광경...

바로 오늘 본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인 독일 사진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죽음을 각오하고 찍은 영상이었다. 비디오를 다 본 우리는 눈동자가 벌겋게 충혈된 상태로 주먹을 흔들며 전두환을 규탄했고 증오했다.

그 전까지 나는 비록 신문기자였으나 광주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광주를 취재한 선배는 회사에서 잘렸고, 다른 많은 선배들(특히 호남 출신)도 사태에 대해 뭔가 알기는 아는 것 같았는데 입을 꾹 다물고 살았다. 그러니 일개 3~4년차 스포츠기자가 중뿔나게 광주에 대해 알려고 나설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가 캐나다 연수 기회를 얻어 다행히 남들보다 빨리 진실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날 그 비디오를 본 이후, 그리고 그 영향으로 황석영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등 광주항쟁에 관한 많은 저작들을 구해 읽으면서 내 언론관은 물론 인생관, 세계관, 역사관까지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오늘 내가 ‘택시운전사’를 보면서 특별한 감회에 젖은 이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긴장했던 나머지 온몸이 뻐근하다.

이 영화는 택시운전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택시운전사의 눈을 빌린 언론과 기자에 관한 영화임이 분명하다.



글: 강기석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 신문유통원 초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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